사상 첫 챔스리그 결승 진출한 '토트넘 핫스퍼'에서 배우는 경영학

입력 2019-05-09 15:45   수정 2019-06-08 00:30

라이벌로부터 조롱 받던 팀에서 ‘빅 클럽’으로 도약
효율적 자원 관리, 엄격한 임금 체계 등이 팀 정상권으로 이끌어



영국 속어 스퍼시(Spursy)는 축구선수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Tottenham Hotspur)에서 유래했다. ‘필연적으로, 일관되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중요한 경기에서 연거푸 자멸하며 부진한 성적을 내던 토트넘을 같은 연고지(런던) 라이벌들이 조롱하던 말이 굳어졌다는 얘기가 있다. 축구팬들도 토트넘을 ‘빅 클럽’(1류 축구팀)으로 꼽지 않았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다. 전년도 프리미어리그 순위 4위 안에 들어야 출전할 수 있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3년 연속 출전하더니 올해는 급기야 ‘꿈의 무대’로 불리는 결승전에 진출하는 기적을 일궜다. 유럽 대항전에 자주 출전하다보니 수입이 늘어 작년엔 프리미어리그 순이익 1위를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톱 클래스’ 축구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토트넘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해답은 토트넘 구단 경영진의 운영 철학에 숨어있다.

옐로우칩 선수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토트넘 구단 경영자 다니엘 레비 회장은 ‘구두쇠’로 유명하다. 레비 회장의 벗겨진 머리가 ‘짠물 경영’ 때문이란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프로 구단의 중요한 자원인 선수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토트넘의 선수 관리 철학을 주식 투자에 비유하자면 ‘옐로우칩을 싸게 사서 나중에 비싸게 파는 것’이다. 토트넘은 유망주를 싼 값에 영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육성한다. 그리고 선수에게 다양한 기회를 줘 성장시킨다. 특정 선수가 다른 축구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비싼 이적료를 받고 넘긴다. 레비 회장이 ‘선수 장사를 한다’는 욕을 먹어가면서 지켜온 철학이다. 2013년 팀의 간판선수 가레스 베일을 스페인 명문 구단 레알마드리드에 팔아 1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것은 레비 회장의 수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남긴 이익은 유망주 육성이나 준척급 선수 영입에 쓴다.

토트넘은 ‘엄격한 주급(주 단위 수당)체계’로도 유명하다. ‘임금 상한선’을 정해 놓고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이다. 현재 토트넘의 간판 선수인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도 작년까지 아스날 첼시 등 라이벌팀 에이스 선수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고 뛰었다. 선수가 성장해 주급 체계에 불만을 보이면, 토트넘은 다른 구단에 비싸게 팔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조직 리더엔 전폭적 신뢰 보내

확실한 리더를 세우고 신뢰를 보내는 점도 토트넘 성공의 비결 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다. 토트넘 구단 경영진은 2014년 영입한 포체티노 감독에게 5년째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구단 안팎에서 ‘포체티노가 지휘봉을 잡은 5년 동안 우승컵을 든 적이 없다’고 비판해도 구단 경영진은 끄떡없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스타 선수들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선수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직 관리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트넘 선수단 분위기가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에서도 ‘가장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토트넘 경기에선 특정 선수가 경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해도 다른 선수들이 비난하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20대 초반부터 같은 팀에서 뛰며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팀워크가 유난히 끈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단의 조직 관리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평소 ‘짠물 경영’으로 유명한 토트넘 경영진도 결단이 필요할 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지난 3월 개장한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 건축에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원)를 쏟아부었다. “선수엔 투자하지 않고 경기장에만 신경쓴다”, “돈 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토트넘 경영진은 과감하게 신축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장을 짓는 2년 동안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셋방살이를 했지만 최근 영국 여론은 ‘경영진의 판단이 옳았다’는 쪽으로 기운다. 선수들도 새 경기장을 보며 팀에 대한 ‘로열티’를 나타내고 있다. 팬들도 최신 시설에 만족하고 있다. 경영진은 새 구장을 지을 때도 수익성을 염두에 뒀다. 이 경기장은 천연잔디 밑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다. 미국풋볼리그(NFL) 런던 경기를 매년 유치하기 위한 구단의 전략이다.

효율적 경영의 좋은 사례

토트넘의 경영 원칙은 구단을 ‘빅 클럽’의 길로 이끌고 있다. 토트넘의 2017회계연도(2017년 7월~2018년 6월) 순이익은 1733억원으로 프리미어리그 1위를 차지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토트넘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한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내년에도 많은 관중 수입과 중계권료를 받을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유력하다. 주축 선수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타 구단에 2000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받고 팔아 수익을 남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수도권 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축구팬 입장에서야 주력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넘기는 게 달갑지 않겠지만 구단 경영 차원에선 훌륭한 인력 관리 전략이라 할 수 있다”며 “토트넘 구단의 경영 방침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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